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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는 것은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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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되도록이면 책을 한 권이라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저 또한 책을 좋아합니다. 어린시절부터 책을 사는 데 드는 돈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지원을 해 주신 부모님의 영향과, 밖에서 뛰노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성격으로 인해 저는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기 전까지는 참 많은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문제는 읽지 않고 그저 산 것에 만족하는 책들도 많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잘 모르던 시절에는 그저 소비를 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습니다. 네, 충동구매입니다.

여러가지 충동구매 리스트 중에서 책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렇게 비싸지도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 ‘마음의 양식’이라는 완벽한 핑계 때문에 죄책감 없이 살 수 있었기 때문이죠.

‘나는 이런 책도 읽는 수준 높은 사람이야’라는 허세도 부렸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를 중요시하며 살았거든요.


결국 책을 읽지 않고 그저 산 것에 만족하는 것은 물질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읽지도 않을 책을 위해 돈을 쓰고, 공간을 내주는 것이고, 읽지도 않을 책을 위해 귀한 시간을 내서 책방을 가거나 넷서핑을 해야 하니까요.

다 읽은 책을 그저 보관만 하고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세월이 지나 다시 한 번 읽으면,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 거야’라는 낭만적인 생각에 책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제 방에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자랑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 제 책장을 보는 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고, 그것으로 친구들이 저를 바라보는 이미지가 변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 읽은 책으로 공간을 낭비하고만 있을 뿐이었죠.


책을 사는 것은 낭비가 아닙니다. 그러나 사고 난 뒤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낭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기 전까지 책을 낭비하고 있었습니다.





다음편 “종이책을 멀리하다”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