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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스트와 책(2) - 종이책을 멀리하다
이전글 : 미니멀리스트와 책(1)- 책을 사는 것은 낭비다?
이번 글에서는 종이책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은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종이책을 정리했으며,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종이책을 떠나보내는 방법
저는 2016년 6월 14일부터 2018년 6월 13일까지, 3년간 총 177권의 종이책을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았습니다. 책을 좋아하다보니 단번에 모든 책을 정리하지는 못하겠더군요. 특히 저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책들에 대한 애착은 참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감하게 하루 만에 모든 책을 처분하는 방법은 포기하고, 시간을 들여서라도 아래와 같이 분류하여 순차적으로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1. 다 읽은책
1-1. 다시는 읽을 일이 없다고 느껴지는 책 → 즉시판매
1-2. 아무래도 소장하고 싶은 책 → 전자책으로 구매. 전자책이 없으면 판매(도서관 이용)
2. 덜 읽은 책
2-1. 앞으로 더 읽고싶지 않은 책 → 즉시판매
2-2. 앞으로 더 읽고싶은 책 → 다 읽은 후에 판매
177권의 책을 3년에 걸쳐서 정리하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2번의 영향이 큽니다. 당시에는 더 읽고싶다고 남겨두지만, 시간이 지나서는 결국 읽지 않는 책이 있기 마련입니다. 또한 당연히 남은 책들을 읽는 데도 시간이 걸리죠. 그렇지만 굳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책과 오랜시간 마주하며 고민한 끝에 책을 떠나보내는 것이 확실하게 책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3년의 시간을 통해 종이책을 정리한 후, 저는 무엇을 얻게 되었을까요?
종이책을 정리하여 얻은 것(또는 남은 것)들
1. 용돈
책을 팔았으니 당연히 책값을 받았겠죠? 177권을 판매한 가격의 총합은 643,800원 이었습니다. 권당 만 원에 샀다고 쳐도 177만원을 쓴 것인데, 그 가격에 비해서는 참 적어보이는 게 사실입니다만 책을 팔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다면 그 책들을 보관하기 위해 더 넓은 방을 구해야 했을테니 손해밖에 없었을 겁니다.
2. 공간
필자의 방. 한 평 남짓 크기의 방에서 쾌적하게 살기 위해서는 종이책을 멀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책장이 하나 사라진다는 것은 방의 풍경이 크게 바뀌는 일입니다. 저는 한 때 3x3칸의 큰 책장을 방문을 열었을 때 침대가 보이지 않도록 가리는 간이벽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좋은 방법이었습니다만, 그만큼 공간을 낭비하고 있던 것도 사실입니다. 방 안에 빙 둘러가는 동선이 생긴다는 것도 조금 불편한 일이죠. 지금은 지금 당장 읽고 있는 몇 권의 종이책이 이부자리 옆 협탁에 있을 뿐입니다.
아, 실은 177권의 책을 처분하는 동안 저는 이사를 두 번 했습니다. 지금의 방(쉐어하우스)은 처음 방(쉐어하우스)의 1/2, 두 번째 방(원룸)의 1/4 정도의 크기입니다. 책을 정리하지 않았다면 지금 살고 있는 방에서 발을 뻗고 자는 것은 불가능 했을지도 모릅니다.
3. 전자책 단말기
제가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기 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지 않고 사기만 했던 이유는 종이책에 대한 소유욕이 강했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책을 느리게 읽는 편입니다. 집중력이 부족해서 책을 붙들고 오랜시간 동안 읽지 못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지루해지면 책을 덮고 딴 짓을 하거나, 아예 다른 책을 읽기 시작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도서관의 반납기한을 지킬 자신이 없어 빌리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전자책은 저의 소유욕과 독서스타일에 딱 맞으면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게 해 주는 최고의 도구입니다. 수십 수백 권의 책을 하나의 단말기에 보관할 수 있는데다, 읽다가 갑자기 덮어버리거나 다른 전자책을 불러들여 읽어도 나중에 먼저 읽었던 책을 다시 불러들이면 마지막에 읽었던 페이지가 나타납니다. 종이책을 주로 읽던 시절에는 여러 권의 책을 같은 시기에 읽을 때 책마다 책갈피를 꽂아두지 않으면 어디 부터 읽었는지 다시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말이죠.
4. 도서관 카드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서는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전자책으로 만들어지는 책은 종이책에 비해 그 수가 매우 부족합니다. 신간임에도 불고하고 전자책을 내지 않는 서적도 많습니다. 이런 갈증을 해소하면서도 미니멀라이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서관 이용은 필수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립니다만,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최대한 그 책만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5. 소수의 종이책
이렇게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아예 종이책을 사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아직도 ‘읽고 싶어서 붙잡아 둔’ 종이책들이 있습니다. 너무나 읽고 싶은 책이 나왔는데, 전자책으로는 팔지 않는데다 도서관에서도 구입을 하지 않는 책들은 어쩔 수 없이 종이책을 사서 읽습니다. 공부를 위한 일본어 원서는 전자책이나 도서관으로는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이 역시 사서 읽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전과 다른 점은 다 읽으면 그 즉시 팔거나 처분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종이책을 파는 방식을 택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책의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종이책을 도저히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분들은, 자신의 책장을 도서관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친구들에게 책을 빌려주어 책이 지속적으로 제 기능을 다 하게 하는 것입니다. 함께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우정을 돈독히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책을 산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품을 사는 것과는 분명 다릅니다. 지난 글에서도 말했다시피 낭비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 책입니다. 하지만 책도 다 읽거나 전혀 읽지 않으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낭비’가 되어 버립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종이)책을 사지 말자”가 아니라, “(종이)책을 낭비하지 말자”인 것입니다.
다음 글 “미니멀리스트의 책관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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